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4 months ago

후기, 자기혐오의 사회 / 조커

채널의 주제를 ‘자기혐오’로 좁혀 보기로 했습니다. 저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씨름했었고 무엇보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저와 같이 자기혐오로 고통받고 있을 사람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기혐오는 존재적 질병입니다. 그 근본은 사회적 관계,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깊이 수용해줄 대상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마음의 병입니다. 자기혐오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를 문제시 여기는 습관입니다. “내가 못나서 그런 거야”, “게을러 터져 가지고는”. 실제로 자기혐오를 경험하는 사람은 못나 보이고 게을러 보입니다. 그 근본 이유는 주요 대상으로부터 정신적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여력이 없어서입니다. 그런데 보통 이런 자기혐오를 경험하는 사람은 생애 초기 때부터 적절한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정서적 기아 상태가 당연한 삶인 것이지요. 자기를 비난하는 방식은 그나마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아니면 타인을 맹비난하던지요

작품에서 아서 플렉은 명백히 엇나간 인물입니다. 결국 악당이 된 것이니까요. 그런데 관객의 입장에서 이 아서 플렉을 비난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그가 경험한 우울과 분노가 영화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 되었고 어쩌면 그런 그의 폭발하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스스로 괴물이 되기까지의 극단으로 가진 않지만요

근데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내담자들이 종종 그런 말을 합니다. 내 안에 괴물이 한 마리 있다구요. 그리고 다들 하나같이 그 괴물이 튀어 나올까봐 그것을 마음 한 구석에 꾹꾹 눌러 버린다고 합니다. 아,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그 괴물의 실체는 어려서부터 비난받고 거부당했던 내 욕구인데 말이죠. 어린 시절 상처받은 어린 나인데 말이죠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우리가 욕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욕구하는 스스로의 마음을 부정하며 괴물 취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여력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구요. 내 안에 괴물이 있다고 느끼신다면 그 괴물을 찬찬히 들여다봐 주세요. 그리고 각자만의 방식으로 위로해 줍시다. 화이팅!

46 - 13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4 months ago

후기, 다정함이 필요한 당신에게 / 장송의 프리렌

작품을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우리가 '타인에게 의지한다', 라고하면 어떤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타인에 대한 의존보다 스스로에 대한 독립을 더 많이 강조하는 경향이 확실히 있으니까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정서적으로 독립된 사람이 관계도 잘한다는 말을 하니까요.

저도 너무나 동의되는 바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건강하게' 독립하고 있는지를요. 온전한 주체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관계성이 결여된 독립은 제대로된 독립이라 말 할수 없습니다. 뭐랄까요.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배터리가 3퍼센트 남은 스마트폰과 같은 것입니다. 인간에게 타인과의 긍정적인 관계는 물리적 정서적 안전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관계적 욕구를 충분히 채워야 우리의 몸은 안전함을 느끼고 그제야 우리는 독립, 즉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현대의 삶은 너무 빨리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이런 관계적 욕구를 무시해야 살아남는다는 기조가 생겨난 것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독립'을 서둘러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참된 나'와 접촉하기가 어렵습니다. 참된 나와 접촉하지 못하면 가면을 쓴 나 자신를 나의 진짜 모습이라 착각하게 됩니다. 가면은 나의 모습을 감추고 타인이 원하는, 혹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입니다. 내 속의 참된 나를 점점 부끄럽게 여기게 됩니다. 계속 내 속 모습을 감추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정서적으로 굉장히 허기진 상태로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정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너의 진짜 속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보고싶다고 다정한 신호를 서로에게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우리의 주체는 고개를 겨우 들수 있을 테니까요. 그제야 우리는 우리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36 - 0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5 months ago

후기│드라이브 마이 카

영화 추천해 주신 ‘박동현’님, ‘z1’님 감사합니다

이성적 사고를 내려놓고 보는 것, 듣는 것 등의 몸의 감각으로 봐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너무나 명료했지만, 해석 영상을 제작하는 게 너무나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분명 초보 크리에이터로서 저의 한계가 작용 했겠지만요 하하)

뭐랄까요. 싱싱하고 맛있는 사과가 눈앞에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직접 맛봄으로써 경험되는 명료하고 확고한 본질이 있을 것 같은데, 그 경험을 그저 이런저런 말로 설명하고 단어를 나열한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히 전달되진 못하는 것 처럼요

하루키의 작품을 보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글을 통해 인물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주시하면서 독자인 우리가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찾아 헤매야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저는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감독을 처음 알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가 이런 하루키의 의도를 정확히 그려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온 감각을 곤두세워 영화를 봤습니다. 가후쿠는 왜 서로 다른 이국의 배우들로 연극을 연출하였는지, 오토는 왜 이렇게 난해한 이야기를 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째서 다카츠키라는 충동적이고 위험한 남자와 외도를 벌였는지, 미사키는 왜 이렇게 말이 없는지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들을 영상으로, 말로 풀어내려고 하니 부끄러워졌습니다. 저의 말이, 눈으로 직접 봐야 할 것을, 귀로 직접 들어야 할 것을, 온몸으로 경험해야 할 이 영화의 의도를 망가트려 놓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침묵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 생각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이나 일상에서 사고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능력이지만, 우리가 질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선 이 사고의 기능을 잠시 끄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타인과 질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논리나 이성이 아니라 감각과 정서이니까요. 감각과 정서를 온전히 경험할 때, 우리의 존재는 드러나니까요

리뷰를 작성하려고 할 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적으려니 머릿속에 생각들이 휘휘 날아가 버리네요. 앞으로 영상 만들면 짧게라도 리뷰를 남기겠습니다

+ 영상 제작이 많이 늦는데도(ㅠ.ㅠ) 기다려주신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아직 초보 유튜버라서 그런지 부족한 게 많은데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10 - 4

Welcoem to posts!!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4 months ago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4 months ago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5 months ago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4 months ago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4 months ago

심리상담사가 영화를 보는 관점
Posted 5 month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