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em to posts!!

이만국
Posted 2 years ago

[ 번음영화 녹화사연문 ]

본인은 태생의 체질상 극심한 멀미로 버스를 타면 오분도 안되어 내려야 할 정도이고 배를 타면 무조건 누워 자야만 하고 고층건물의 승강기를 타도 구역질이 나와 눈을 감아야만 하고 시이소오나 그네는 아예 타지를 않았기로 이렇게 외출을 못하는 내게 영화는 대리만족의 여행이었고 심장판막기형증으로 인한 우울증을 풀어주는 치료약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영상녹화기는 서기 1980년초에 일본 베타 형식이 처음으로 수입되었으나 수백만원짜리 고가인지라 부자들만 구입하였으며 당시 세끼 밥먹기도 어려운 한국인중에 영상녹화란 사치낭비한 취미로만 여겨 방영물을 시청하면 그걸로 잊고 넘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흑백텔레비젼으로 국민학교 3학년인 여덟살부터 시청한 고전명작 영화들의 감동은 잊혀지지가 않았으며 그중에는 ‘판토마’ 도 있고 ‘혹성탈출’ 연작도 있고 ‘지지’ 도 있고 제목모를 여러 명작들이 있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올림픽의 감동을 녹화하여 전하자는 홍보아래 가정용영상녹화기인 VCR 즉 VTR 을 염가로 시판케 하였고 선친은 금성녹화기를 1988년 5월경에 35만원 가량에 구입하였는데 당시 단행본 한권이 3천원이었으니 지금 물가로 130만원 정도의 고가로 구입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녹화가 신기해 구경만 하였으나 차츰 녹화량을 늘려 이것저것 기록하다가 녹화테이프값이 한판에 5천원이나 되어 도로 지우기를 반복하여 1988년도와 1989년도의 고전명작들은 거의 다 도로 삭제하였으며 그 중에는 ‘아웃오브아프리카 (대륙의 연정)’ 와 ‘모정’ 과 ‘성의’ 와 ‘추억’ 도 있었습니다.

녹화테이프는 비닐에 자석가루를 입힌 것으로 표준녹화를 하면 백번정도 재생녹화가 가능하다지만 3배속으로 늘여 녹화하면 스무번 정도에서도 화질이 떨어지거나 테이프가 늘어져 찢어질 정도여서 대다수 취미자들은 돈이 들어도 표준으로 녹화하였으나 나는 돈 못버는 세탁자영업자의 미성년 자식으로서 용돈을 모아 겨우 한달에 테이프 몇판만 구입하였기에 3배속으로 녹화하여 화질이 떨어진데다 그후 삼십년을 보관하면서 더욱 화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테이프녹화기는 당시 최첨단전자제품이었지만 작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테이프가 찢어지거나 말려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녹화재생을 하는 헤드에 자석가루가 분칠하듯 묻으면 헤드를 깨끗이 닦아주어야 하고 이렇게 조심해서 작동해도 여러 부품이 고장나면 새로 구입해야 해서 이십여년간 총 열다섯대 정도의 녹화기를 구입하고 녹화공테이프는 수백판을 구입하였으며 이 비용은 약 이천여만원 정도가 소비되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테이프비디오 대여점에서 유행이 지난 비디오들을 오백원이나 천원에 재고판매할때는 동네 비디오점은 물론이고 서울까지 찾아가 귀한 고전명작들을 구입하였으나 그 영화중에 현재는 너무나도 손쉽게 전자상점에서 구입하거나 유튜브에서 무료로 게시하는 등 돌이켜보면 헛고생이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수십년동안 고전명작을 미리 시청하여 마음의 양식으로 삼았기에 헛된 투자는 아니었다고도 소회하며 그런 심정으로 귀인께 전일에 고전명작을 아낌없이 증정하였습니다.

1981년경 문화방송에서 첫방영한 “금발의 나타샤” 는 극장뿐 아니라 안방 텔레비젼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며 열두살짜리 내게도 큰 감명을 안기었는데 중학교 1학년때 사회선생님께서 훈시하시길 돈 아꼈다가 다른데 쓰지말고 명작 영화를 감상하라 하시면서 그중에서도 금발의 나타샤를 꼭 보라고 하시기에 나는 속으로 그 영화는 이미 방영한 것인데 어떻게 다시 시청할수 있는가 싶어 불가능한 얘기를 하신다고 생각하였으며 당시 하루에 두끼만 먹는 가정이 태반일 정도로 먹고살기 어려운 형편에 누가 돈들여 영화감상을 하는가 반문하면서 선생님의 가르침은 비현실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전자영상이 단돈 500원에도 정품판매되어 보편화 된 현재는 얼마든지 가능한 권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영화를 비롯한 여러 유익한 영상을 녹화하던 나는 1993년 2월에 부친의 타계후 가장이 되어 선친의 가업인 세탁자영업을 하릴없이 물려받아 종사하게 되었으며 일하기 바쁜 형편인지라 녹화만 하고 시청하지 않는 영화들이 태반이었고 조간신문의 방영표에 따른 녹화작업은 밤낮으로 이어져 토요일과 일요일에 방송사마다 겹치기로 경쟁하는 동시 방영작들을 녹화하거나 국경일과 추석과 신정과 설날의 겹치기 방영작들을 녹화할 때는 녹화기 석대를 동시 가동하면서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외출도 못하면서 미친듯이 녹화하였으며 여러 고질병으로 아파 누워있다가도 녹화시간에 맞춰 일어났고 외출중에도 시간이 되면 뛰어달려올 정도로 근 이십년간 녹화에 매달려 가족은 물론 이웃과 친구들 모두가 본인의 영상녹화를 쓸데없는 취미라고 일소하였습니다.

만약 내가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다면 외출을 즐겨해 영상녹화에 취미를 들이지 않았을 것이나 내게는 우리말로 나오는 번음영화가 친구이고 위로자였으며 선생님이었습니다. 테이프겉면에 표기한 녹화일자를 보면 즉시 그 날자에 해당하는 일화가 떠올라 녹화테이프는 내게 일기장과 같으며 내 청춘의 일부와 같은 보물인 것입니다.

1999년부터 시작된 디브이디판 대여점의 증가로 차츰 테이프 대여점은 폐업하였으나 디브이디판은 녹화가 안되어 나는 계속 테이프로만 녹화하였으며 2009년에 테이프녹화기 생산이 중단되기 전에 정부는 전자식녹화기를 일반판매한다고 하다가 방송사의 요구가 있었는지 그후 전자식녹화기를 판매하지 않고 컴퓨터로만 녹화가 가능토록 하여 나는 전자식 녹화를 할줄 몰라 2007년을 전후해 나의 녹화취미를 종료하게 되었으며 2016년 봄에서야 변환기를 구입해 ‘오명’ 이나 ‘십계’ 나 ‘아나스타샤’ 같은 다시보고 싶은 명작만 골라 변환하기 시작하였고 이 전자영화들은 그저 나만 즐기는 나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 인생의 소유물로서 국한하였습니다.

한편으로 2010년을 전후해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자 녹화테이프를 더는 쓸모없는 골동품이라고 업신여겨 대한민국의 모든 유선방송사들이 수십만편의 번음영화들을 폐기처분했고 개인녹화자들도 아무런 생각없이 폐기하였고 나도 낡아지는 비닐테이프를 버릴까 생각했으나 나의 추억인지라 고서를 보관하듯 쌓아두다가 곰팡이가 떡이 되어 버린 테이프만 수백개이고 돈으로 치면 역시 기백만원은 될 정도였습니다.

이러하다가 2016년 가을에 처음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한 후 변환한 번음영화를 올리기 시작하였는데 나를 두고 방송국에도 없는 고전번음작을 소유하고 있다면서 입수를 요망하는 이들이 접근하기 시작했으며 공익을 추구하는 나는 정체불명의 수집가들을 철저히 외면하였으며 그저 유튜브에만 번음작을 게시하다가 2017년 9월에 나의 정치비판글을 시샘하는 누군가의 무더기 음란영상신고로 인해 유튜브 계정이 해지되어 나의 공익활동은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귀인 같은 영상수집가들이 내게 전자우편을 보내왔고 이 과정에서 나의 녹화번음작들이 돈주고도 구할수 없는 희귀작임을 알게되어 1.국적 2.성별 3.성명 4.생년 5.직업 6.학력 7.종교 8.병역 9.출생지 10.혈액형 11.결혼 12.자녀 13.주소 14.전화번호의 열네가지 신원을 모두 통보하여 주신 귀인과 교류하게 된 것입니다.

언어학자는 옛 언어를 망각하면 역사가 단절돼 인류문명은 사라진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실이며 오락이라고 볼수있는 영화에 있어서도 우리말로 번음된 옛 명성우들의 작품들은 문명의 소단위인 문화의 한 장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귀인께 본인의 자랑같은 사연을 장황히 알려 드림은 귀인께 증정하는 녹화본이 박물관의 유물처럼 가치가 있음을 인식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러하니 아무쪼록 온전히 보존하여 후대에게 물려 주시길 바라며 증정문을 마칩니다.


서기 2021년 3월 20일 토요일 낮 12시 26분 작성
서기 2023년 2월 8일 수요일 오전 4시 49분 공개
萬局 李 龍雲

137 - 0

이만국
Posted 4 years ago

서기 2021년 1월 1일자로 네이버TV에 가입하였읍니다.
네이버TV에 회원가입없이 입장하셔서 [이만국] 으로
검색하시면 [유튜브열외판] 으로 제명한 재생목록속의
번음영화를 시청할수 있읍니다. 동영상을 내려받는
기능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재주껏 입수하시기 바랍니다.

2021.1.2 토 밤10시 萬局.

tv.naver.com/dg7j4s2d4x17h9nv46w

81 - 0

이만국
Posted 5 years ago

107 - 16